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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 많은 사람의 잡다한 생각들

좋은 피아노 선생님이 되고 싶기에

by staccatissimo 2020. 4. 9.

안녕하세요

 

오늘은 지난 주 금요일에 레슨한 아이에게

감동과 뿌듯함을 선물 받아

기쁘고도 자랑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

 

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입장이지만

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은걸 받고 있기에

제가 좀 더 노력해서

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

 

성찰과 반성의 글쓰기를 해보려 합니다

 


 

제가 오늘 말하게 될 이 아이는

올해 7살이 된 아이로, 작년 10월부터 만났지만

설연휴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몇번 쉬었고

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달 넘게 쉬면서

주 1회 하는 레슨이기에 많이 배우지도, 만나지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ㅜㅜ

 

 

하지만 만났을 때부터 저에게 거리감없이 다가와 주었고

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

 

어린 친구들은 보통 선생님인 저와 친해질 때

더 빨리 배우고 습득한다고 느끼기에

이 친구도 조금 쉽게 시작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

 

그런데 작년에는 6살이었고, 어렸는데도 불구하고

자기주관이 확실한 아이였어요

그래서 제가 하자는대로 마냥 따라오기 보다는

본인이 하고싶은걸 먼저 하고 싶어했죠

 

일단은 하자는대로 제가 먼저 따라주었고,

그 다음에는 제가 하자는 걸 조금 해주었어요

 

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만

수업의 모든 내용을 좋아하지는 않아요

 

이 아이같은 경우는

너무나 똘똘해 이론과 리듬 게임, 동요부르기, 등 심지어

시키지 않은 작곡하는것까지 좋아하지만

피아노 치는걸 힘들어했어요

 

 

처음에는 왜 이런걸까

내가 잘못 가르치고 있는 걸까?

이 아이는 나랑 만날 때 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? 

확실하게 감을 잡기가 힘들었어요

 

아직도 완전히 파악을 했다고는 할 수 없는데,

그래도 파악을 한 점은

저를 정말 좋아해준다는 것과

피아노 수업을 좋아한다는 거에요

 

 

그래서 원래 수업시간은 40분이지만

아이가 원하는 것과 제가 원하는 걸 모두 해야하기에

 

이 아이가 레슨을 받는 날에는 레슨시간을 여유있게 잡고

만나고 있습니다

 

 

이제부터는 조금씩이라도 목표를 세우고

성취를 맛볼 수 있게 도와줄 예정입니다

 

 

글씨쓰는 걸 좋아하고, 수업 도중에도

쓰고 싶은 글을 쓰기에

수첩에 오늘 한 내용을 적어보자라고 했어요

 

그래서 위에는 이론공부를 한 내용과

밑에는 피아노를 친 곡목들을 적기로 했어요

 

피아노 곡은 적어도 한 번 레슨 할때 두 곡 이상 쳐보기로 했구요

 

 

정해진 피아노곡을 배우고 연습하는걸 힘들어 하기에

다음 시간부터는 아예 저 수첩에

미리 두 곡을 정하고 완성도를 체크하는 습관을 갖게 해볼 예정입니다

 

 

저는 보통 피아노 학원에서 하는 연습 10번해 ~ 하고 동그라미 그리게 하는 식은

지양하는 편이에요

 

단순히 '했다' 라는 목표말고 자신이 만족하도록 이끌고 있어요

어떻게 했을 때 만족스러운지

그러면 몇번 정도 어떤 방식으로 했을 때 만족스러운지

서로 합의점을 찾으면서요

 

처음부터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

길게 본다면 이런 연습이야말로

진정한 연습이라고 생각해요

 

 

앞으로 이 아이가 잘 따라오도록

제가 더 아이의 눈높이로 더 맞춰주고 사랑해주며

저도 지치지 않고 아이도 지치지 않도록 도와줄겁니다

 

 

 


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 

감동을 받기도 하고 기쁨과 보람도 있고

감성이 충만해지는 시간이 있기에

제가 이 일을 사랑하고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해오고 있는데요

 

이 날은 역대급이었어요

 

이 친구가 끝나고 동생의 레슨도 끝난 뒤 나가려는데

편지를 받았습니다

 

원래도 색종이나 종이에 편지를 자주 써 주긴 했지만

이번엔 정말 감동적이였어요

 

집에 가는 차안에서 눈물이 날뻔 했어요

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감정이 복받치네요

 

 

편지봉투까지 만들어 주다니..

너무나 기특하고 사랑받는 선생님이라 행복합니다

 

 

 

봉투 안에는 총 네면으로 그림과 편지를 써주었어요

 

 

 

(아이의 이름은 가렸습니다 ^^)

사실 가끔은 이 아이가 피아노를 싫어하는 걸 수도 있겠구나..

라고 생각했었는데

저의 오산이였어요

 

 

 

 

사랑한다는 말을 이렇게나 많이 해준 건

제 인생 처음인거 같아요

 

이 편지를 보고

고작 일주일에 한 번보는 선생님인데

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다 줄 수 있을까 싶었어요

 

분명 저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쳐왔다고 생각했는데

제가 훨씬 많이 모자랐던거 같네요

 

 

앞으로는 더 많은 사랑을 줘야겠다라고 다짐하게 되었고,

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

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도록 해야겠네요

 

 

 

우선 다음 시간에는 저도 편지에 답장을 써줄까 합니다

 

여태껏 받기만 하고 답장을 써 줄 생각까지는 못해봤네요

오늘 예쁜 편지지를 사서 정성껏 답장을 써줘야겠어요

 

 

그리고 저도 이 아이처럼 글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네요

여러가지로 부족하지만

부족해도 열심히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

 

물론 아 ! 열심히했다 ! 에 그치지 않고

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사람, 선생님, 딸, 친구, 언니, 동생이고 싶고요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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